FUJITSU에서 20년 가까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B2B SaaS 기업들의 일본 시장 진출을 돕고 있는 임상욱 대표. Xenon Partners의 아시아 총괄을 거쳐 최근 Nihonium을 창업한 그의 여정에는 한국과 일본 B2B SaaS 시장에 대한 깊은 통찰이 녹아있습니다. 오늘은 임상욱 대표를 만나 B2B SaaS의 일본 진출 전략과 한일 시장의 차이점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B2B SaaS만을 전문으로 인수하는 사모펀드 Xenon Partners에서 아시아시장을 총괄하고 있는 임상욱이라고 합니다. 지금의 사모펀드에서 일하기 전에는 일본계 대표 IT서비스기업인 FUJITSU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했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들어 저처럼 한 기업에서 20년 이상 일한 경력이 흔치 않은데, 말이 한 기업이지 거의 평균 3년에 한번씩 부서나 역할이 바뀌어 롤러코스터 같은 직장생활을 해왔습니다. 이렇게 자주 바뀌었다니 무능해서 시쳇말로 뺑뺑이 돌린 것 같이 보일 수도 있겠네요. 😀
좀더 자세히 설명 드리면, 입사는 한국법인은 한국후지쯔이며, 이후 2009년에 일본 본사로 옮겨, 소프트웨어사업 해외 영업, 동남아와 남미 해외 자회사 관리를 경험하고, 싱가폴로 주재원으로 나가 아시아지역의 재무총괄을 맡기도 하고, 이후 일본으로 다시 돌아와 경영전략실, 보안사업 해외전략담당을 거쳐 그만두기 직전에는 미주지역 전략총괄을 맡았었습니다.
소속으로서는 위와 같지만, 역할로 따지자면 주로 해외법인에 대한 기획, 전략, 재무를 축으로 했다고 보시면 되고, 구조조정과 M&A경험도 꽤 됩니다.
일본 대기업에서 이런 경력을 갖는 것은 사실 일본인으로서도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기업이 커지면 보통 한 분야의 전문가를 키우기 마련인데, 저 같은 경우에는 개발 및 영업을 제외한 모든 영역을 섭렵할 수 있었고, 관리를 해온 해외법인들도 작게는 100억원 전후에서부터 크게는 수천억원 규모까지 내부 속속들이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FUJITSU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누구는 어떻게 지겹게 한 회사에 20년 있냐고 하겠지만, 거의 항상 새로운 경험이었기에 저에게는 배움의 기회의 산 현장이었습니다. 하지만, GM(통괄부장, 한국으로는 사업부장 또는 본부장 정도일 것 같습니다)까지 올라가 임원후보이기도 했던 FUJITSU를 박차고 나오기에는 큰 결심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이른바 현장(現場;일본어로는 ‘겐바’라고 표현하고 영어로는 field라는 표현을 쓰곤 하죠)을 좋아하는데,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임원들 사이의 사내정치에 민감하게 움직여야 했는데 굉장히 피로감이 컸습니다. 그 와중에 코로나로 인해 많은 분들도 그러하셨겠지만 생활 패턴도 많이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가 한창이던 어느날 오랜만에 차나 한잔 하자고 만난 INSEAD MBA동기인 Jonathan Siegel이 러브콜을 보내왔습니다. Jonathan은 실리콘밸리 출신의 연쇄창업자로 엑시트를 몇 번 한 이후 자신의 펀드 Xenon Partners를 만들어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일본을 좋아하고 일본시장에 대한 아쉬움을 항상 가지고 있던 그였는데, 생각 이상으로 일본시장이라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실감하고 있었죠. Jonathan이 저를 설득한 논리는, “자기가 B2B SaaS기업들을 인수하는데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일본시장이 너무 탐난다. 아직 일본의 SaaS에 대한 도입율은 낮고, 코로나로 그 어떤 해외 기업도 일본과 같은 해외진출을 꺼려하고 있어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B2B는 너무 어렵다. 일본 대기업에 있는 너라면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였습니다.
저도 한편으로는 무언가 내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작은 조직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었고, 더 늦으면 정말 한 직장에서 뼈를 묻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고민 끝에 큰 결심을 하고 오퍼를 수락했습니다. 그리고 벌써 Xenon Partners와 함께 한지 4년 가까이 되어가네요. 한 곳에 오래 머무는 버릇이 있나봐요. 😀

사진설명: 2022년 10월 코로나 직후 Xenon Partners의 매니지먼트 팀들이 서울에 모두 모여 워크샵을 실시했습니다. 그때 외부 액티비티중 찍은 단체사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