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Fuji Summit Camp – 우리는 왜 후지산(3,776m)을 오르는가?

Japan to Global

매년 일본 비즈니스 성공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 VC , IT기업, 기자 등 다양한 분야의 임직원들이 모여 후지산 정상까지 오르는 행사인 Fuji Summit Camp가 올해로 3년 차가 되었습니다. 1회 10여 명, 2회 약 20여명이 참석했고, 올해는 무려 33명이 참석하였습니다. 매년 우리 지란지교패밀리의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습니다.

3,776m

후지산이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것은, 에베레스트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것만큼 누구나 잘 아는 사실입니다. 히말라야를 제외하고, 아시아에서 말레이시아의 키나발루 (4,101m), 대만 위산(3,952m) 다음으로 3번째에 해당하는 높은 산입니다만, 그 어떤 산보다 후지산은 오르기 쉬운 산이면서도, 어려운 산이기도 합니다

후지산 등반의 대표적인 등반코스인 요시다 루트의 경우, 후지 5합에서 출발하는데 이곳은 표고 2,300미터로, 이미 한라산 정상 높이인 1,947미터보다 350미터나 높은 곳입니다. 아주 잘 개발을 한 덕분에 1,400미터만? 등산하면 됩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저학년생도, 체력이 약한 사람도 대략 10시간이면 등반이 가능한 산입니다. 등산에 익숙한 분이라면, 불과 6시간이면 등산과 하산이 가능하다는 면에서 아무나 등반할 수 있는 쉬운 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후지산이 3,000미터가 넘는 고산이라는 점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일반적으로 3,000미터 이상부터 고산증세가 나타나기 쉽다고 합니다. 지상에 비해, 3,000미터 지점의 산소 농도는 70% 수준이고, 후지산 정상인 3,700미터는 65% 수준으로 산소 농도가 낮습니다. 이는 고산병을 유발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됩니다.

(후지산 분화구)

모든 사람이 고산 증세를 겪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분이 등산 도중 고산병으로 고생합니다. 고산병에는 여러 증세가 있는데 두통, 졸림, 어지러움, 호흡곤란, 소화불량 등이 대표적입니다. 고산병이 한 번 오면 등반 속도가 현저히 늦어지면서, 세상 모든 고민은 다 짊어진 사람처럼 축 처지기도 하고, 모든 의욕이 상실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비단, 고산병이 아니더라도 10시간의 등산이 주는 물리적, 육체적 피로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고통이라는 면에서 후지산은 상당히 어려운 산이기도 합니다.

어렵고, 힘들지만,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등반이 충분한 가능한 산이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의 최고봉에 올랐다는 달성감 때문에 매년 올라가는 의미가 있겠지요

새벽 5시

(새벽 5시)

33명이 나섰던 24년의 후지산 등반은 전원이 등반에 성공했고, 부상자 없이 무사히 하산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행사를 함에 있어, 누구 하나 낙오하지 않고, 누구 하나 다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기쁘고, 참석한 모든 분 서로가 박수로 축하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등반 당일, 새벽 5시 도쿄에서 출발하여 후지산을 향하는 일정이었습니다. 1회, 2회 때는 전날 모여서 같이 숙박하고, 같은 숙소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에 참가자들의 지각에 대한 부담이 덜했습니다만, 이번에는 각각 인근의 호텔에서 숙박했기 때문에, 몇 명이 늦기라도 하면 모든 일정이 늦어질 판이었습니다. 허나, 우려는 한낱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10분 전, 5분 전에 출발 버스는 등반자들로 차기 시작했고, 단 한 명의 지각없이 정시에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이뿐 아니라 이번 행사 내내, 이런 사소하고 당연한 약속들이 너무도 잘 지켜졌는데, 우리 멤버들의 멋진 매너에 대해서는 솔직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후 모든 예정했던 계획들은 너무도 당연하게 또한 순조롭게 또한 예상보다 빨리 진행이 되었습니다. 정말 수준 높은 사람들입니다

(수준 높은 사람들 ㅋ)

(출발 2시간, 후지산이 보인다)

2,300미터

(후지 5합, 2,300미터, 출발 전)

아침 8시 20분. 후지 5합. 표고 2,300미터. 기온 18도.

연일 34도가 넘는 더운 도쿄를 벗어나 구름 위의 시원한 후지 5합은 쾌적함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 멤버들은 모두 컨디션이 좋아 보였습니다만, 그렇다고 33명 전원이 등반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어떤 이는 인생 첫 도전이고, 어떤 이는 몇 번의 등반 경험이 있다고는 하나, 출발하는 이 순간만큼은 긴장감이 흐릅니다. 마치 100미터 출발선에서 ‘삐익’ 하는 휘슬을 기다리는 순간처럼..올해부터 후지산 등반이 유료가 되었습니다. 통행료로 2,000엔을 지불해야 하는데, 대신 유원지처럼 색깔 띠를 줍니다. 손목에 착용하고, 나올 때도 보여줘야 합니다. 가볍게 인사하고 통과했던 게이트였는데, 이제는 검문소 같다는.. 혹은 약간은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벅 저벅 저벅

가벼운 화산재 돌을 밟고 가는 소리가 꽤 크게 들립니다. 이 소리를 들으면, 아! 후지산에 왔구나! 실감하게 됩니다. 후지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길입니다. 참 지겨운데, 잊을 수 없는 소리이며, 신발 밑에서 느껴는 매우 특별한 촉감이고, 상당히 오랫동안 기억엔 남는 경험입니다.

스타트는 나지막한 언덕으로 예의 바르게 시작합니다. 행렬은 시작 10분이면 이내 길게 늘어집니다. 각자의 스피드에 맞춰, 각자의 호흡에 따라, 선두와 중간 그리고 후미로 자연스럽게 나누어집니다. 앞뒤로 누가 있는지 확인해 봅니다. 예상 못 했던 등반 친구가 생겼습니다.

제한

후지산은 눈과 바람 때문에 7월 초부터 9월 초까지만 등반이 가능합니다. 많은 일본인이 이 시기에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최근 몇 년은 엔화 약세와 맞물려 인바운드의 수요도 증가한 결과, 수많은 외국인도 등반하면서, 정상 부근에서는 등산인들의 정체도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의 후지산은 작년과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우선, 등반인이 하루 4천 명으로 제한되었고, 등반자에게는 각각 2천 엔의 통행료가 부과되었습니다. 또한, 가장 일반적인 등반 일정이었던 야간 등반도 제한이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예년에 비해 등산객이 현저하게 줄어 들었더군요. 일장일단이 있겠으나, 인파의 스트레스 없이 등반이 가능해 졌다는 점은 확실한 변화였습니다

3,000미터

땀이 살짝 나기 시작할 때쯤, 6합에 도착합니다. 1합은 대략 10%를 뜻합니다. 50% 지점에서 출발해서 60% 지점에 도착하기까지 약 30분, 가볍게 호흡이 돌기 시작합니다. 트레킹 수준으로 기분이 좋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진짜 후지산 등반입니다. 경사는 높고, 걸음걸이는 자연스럽게 늦어집니다. 여전히 편하게 오르는 멤버들도 있지만, 뒤쪽으로 처진 동반자들은 이미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게다가, 날이 좋으면 도쿄의 마천루까지 보일 텐데, 아쉽게 오늘은 사방이 구름 천지입니다. 날이 좋으면 경치가 좋지만, 기온이 높아서 등반이 배로 힘이 들 수 있습니다. 구름 속에 있으면 비록 경치는 볼 게 없지만, 산행에 딱 좋은 온도라 좋습니다.

한 시간 정도 7합의 표식을 몇 번 지나칩니다, 숨이 차오릅니다. 왜 가도 가도 7합인지 의문입니다. 7.2합, 7.3합, 7.7합 이렇게 표기해 달란 말이야라고.. 투덜거리며 오르다 보면 숨도 잦아지고, 걷는 리듬이 일정해집니다. 다행입니다. 그리하여 첫 번째 8합에 도착하면, 드디어 3,000미터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고산병

8합부터는 연습이 안 되거나, 익숙하지 않은 일반 사람들은 현저히 속도가 늦어집니다. 우리 일행들의 1군과는 이미 1시간의 차이가 벌어졌습니다. 후미 그룹은 고개를 숙이고 반성을 하시는 분, 눈을 감고 졸려 하시는 분, 가슴에 손을 얹고 경건하신 분 등 다양하게 고산 증세를 보이시는 분들이, 서로를 앞서 거니 뒤서 거니 하면서 걸어가는데, 압도적인 꼴등 그룹인 게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고산병에 흔히 산소통의 산소를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효과의 유무는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만, 확실히 두통약은 효과가 있습니다. 후지산을 오를 때는 두통약(추천은 EVE Quick)을 챙겨야 하는 이유입니다.

32등

산을 잘 타는 사람들은 항상 겸손합니다. 빨리 올랐다고 자랑하지 않고, 빨리 내려갔다고 우쭐대지 않습니다. 비즈니스나 회사 생활처럼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설령, 33명 중 꼴등으로 올라왔다 하더라도, 비난하거나 무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포기하지 않고, 즐기는 것이 등산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7합부터 계속 붙박이로 33등 혹은 32등의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정상에 도착하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속도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속도를 따지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입니다. 저는 이날 32등으로 들어 왔습니다. 꼴등을 안 해서 참 다행입니다. 그리고, 33등님은 저를 못 잡을 것이 이내 아쉽다고 하시더군요. 한참 동안 33등을 비난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신나게 웃었습니다.

(꼴등)

(정상)

정상

오후 1시, 선두 그룹이 4시간 반 만에 정상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도착을 받고, 한 시간 반이 지난 2시 반이 한 참 넘어 우리 꼴찌 그룹이 도착했습니다. 33명 전원이 도착하는 순간, 빨리 도착해 있던 멤버들의 환호성, 도착했다는 안도감, 이제 오르막은 없다는 기쁨,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그래, 이 맛에 산에 오르는 것이지.

(후지산 정상의 산장)

(33명 완등의 기쁨)

정상의 산장에서 파는 아주 맛있는 카레를 정신없이 먹고, 기념사진을 찍고, 악수를 했습니다. 이 순간만큼은 모두 같은 마음입니다. 잘했다. 잘했다.

모두가 모여, 횡단막을 펼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삼삼오오 또 기념사진을 찍고, 짜릿한 시간을 즐기고 또 즐겨봅니다.

하산

(드디어 하산)

오후 3시. 하산을 시작합니다. 6시간 걸리는 등산길이지만, 내려가는 길은 3시간이면 족합니다. 일견 쉬워 보이지만, 하산 길은 후지산만의 특징이 있습니다. 작고 가벼운 화산재 길을 계속 걷다 보면, 미끄러워 넘어지기도 하고, 신발에 돌이 들어오기도 하고, 걷기가 여간 고약한 것이 아닙니다.

한참을 같은 길을 걷다 보면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풍경과 내내 똑같은 길에 지쳐버립니다. 동시에 허벅지와 무릎에 데미지가 쌓여 갑니다. 내려가는 길이라고 결코 쉬운 게 아니구나. 힘들다고 천 번쯤 반복하면 드디어 영원했던 하산길도 끝이 보입니다.

아 그런데, 저 아름다운 하늘은 또 뭐냐. 죽인다.

(석양과 구름)

사토 산장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선두그룹은 산장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도착했습니다. 마지막 멤버가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2시간 뒤였으니, 등산보다 더 시간 차가 있었습니다. 결코 하산도 쉽지 않습니다.

(사토 산장)

예년과 다르게, 산에서 내려온 것이 아닌, 5합 근처의 산장에서 하루 묵는 일정이었습니다. 고지의 산장이라서 샤워를 할 수 없는 곤란함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크게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산장은 우리가 전세를 내었기 때문에, 다소 시끄러워도 좋았고, 힘든 산행을 끝낸 멤버들에게서 뿌듯함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준비된 고기와, 술을 나눠 한 참 텐션이 올라가는 차. 산장의 주인이 히비키라는 고급 양주와 아와모리라는 오키나와의 전통 소주 등을 내주었습니다. 산장의 주인은 참 좋아 보였습니다. 어깨동무하고, 같이 사진을 찍고, 마치 원래 우리 멤버였던 듯 어울리고, 이것저것 다 내어주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인심이 참 고맙습니다. 내친김에 내년 일정까지 예약해 버렸습니다.

또 하나의 이정표

2024년의 Fuji Summit은 예정대로 무사히 끝이 났습니다. 되돌아 생각해 보아도 멤버들의 희생정신과 기본적인 에티켓은 너무 훌륭했습니다. 이틀간 얼굴 한 번 붉힐 일 없이, 걱정할 일 없이 잘 끝난 점에 대해서. 행사를 준비한 사람으로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어떤 분에게는 단지 후지산을 한 번 등반한 것뿐이고, 어떤 분에게는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 도전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각자에게 다른 느낌, 기억의 산행이었을 겁니다. 마치 하는 사업은 각자 다르지만, 일본 비즈니스에 성공하겠다는 공통된 목표로 모인 것처럼 말이죠.

우리는 내년에도 후지산에 오를 것입니다. 그리고, 항상 새로 이정표를 새겨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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