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디지탈노마드라는 단어가 꽤 핫했던 것 같습니다. 노트북 하나만 들고 이곳저곳 힙한 곳들을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유랑하고, 제 이야기는 아니지만 가끔 인스타그램에 사진 하나씩 올려주면 좋아요가 마구마구 올라가던 때가 있었죠.
코로나19로 인해 모빌리티 근무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일상에서 특별함을 찾기 시작했고, 업무와 바캉스를 합치는 수준까지 올라와 워케이션(Work + Vacation)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놀면서 일한다고?”, “그게 가능해?” 라는 질문에 1,010명 중 61%가 가능하다고 답했고, 워케이션을 시도해볼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2020년 – 에어비앤비 조사)
그 중 홀딩스 부문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6월의 어느 날 제주식 해장국집에서 점심을 먹던 중 이수근 대표님이 “워크인제주로 워케이션을 가자”고 하셨고 사무실로 돌아온 저와 오수연 부장님은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워크인제주는 지란지교패밀리의 제주늘보의오후에서 하는 워케이션을 뜻합니다.)
제주늘보의오후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제주에서의 워케이션이 쉽게 머릿속으로 그려지지는 않습니다. 워케이션이라는 개념조차 어색한 상태로 옷과 노트북만 둘러메고 따라왔는데 막상 도착해서 짐을 내려놓고 문밖으로 나와 바다를 마주해보니 “뭔가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명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명상하는 기분.
복잡했던 많은 것들이 수면 아래로 내려앉고 새로운 것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기분.
마당에서 느꼈던 기분이 딱 그러했습니다. 차분해진 마음으로 저녁 먹을 준비했습니다. 일단 밥은 먹고 시작해야죠.
제가 알기로는 1층 중앙 로비가 원래 통로였는데, 공유 주방까지 겸비한 근사한 다이닝 룸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정말 멋진 공간이었어요.
앞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제주도 특유의 촉촉한 바람이 지나며,
경쾌한 음악이 함께 채우고,
인센스 향이 분위기를 살려주었죠.
여기에는 꽤 놀라운 사실이 숨겨져 있었는데요. 이 멋진 공간은 인테리어 전문가가 아닌 김영범 대표님과 이인호 매니저님의 노(동)력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사실입니다.
저녁 식사와 함께한 약간의 알코올이 본격적으로 워케이션의 워크를 시작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습니다.
입사 이전에 있었던 히스토리들을 공유하는 인수인계를 시작으로
감춰두었던 패밀리데이 아이디어들을 슥 내밀기도 하면서 거기에 살이 붙고 꽤 해볼 만한 일이 되는 아이데이션도 함께 했습니다.
그러면서 종종 일에 가려 하지 못했던 깊은 이야기들도 나눌 수 있었죠.
흔히 얘기하는 더욱더 창의적이고 더욱 돈독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수근 대표님의 말대로 “바람이 맛있는” 밤을 보내고 들어온 숙소는 꽤 이색적이었습니다.
2층 침대가 2개 있어 4명이 묶을 수 있는 트윈룸이었고,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이레카 야자가 예쁘게 가려주는 깔끔한 디자인의 룸입니다.
게다가 화장실, 샤워실이 분리되어서 프라이버시도 존중해주는 세심함이 묻어났습니다.
다음 날,
각종 조리기구가 완비된 공유주방에서 맛 좋은 알리오올리오가 완성되었습니다.
제주 바다를 보며 아침 식사를 즐기고 주방 옆 카페에서 바로 내려주신 커피를 들고 어제의 이야기들을 조금 정리해봅니다. 멀리 갈 필요 없이 바로 전에 아침 식사한 자리를 정리하면 비치뷰의 공유오피스로 변신합니다.
조금 더 바다를 가까이 보고 싶을 때는 정면으로 바다가 보이는 책상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자리입니다.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책상에서 일하다가 잠시 마당으로 나가 머리를 식히기도 할 수 있는 곳이죠.
쉬기도 좋고,
일하기도 좋은,
말 그대로 워케이션에 좋은,
그리고 지란인 특별할인이 있는.
제주늘보의오후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가볍게 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지만, 노트북 들고 내려가 며칠 지내본다면
일상의 권태로움을 잊고 리프레시하는 좋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