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테크 기반 SaaS 시장은 이미 경쟁이 뜨거울 대로 뜨거운 분야로 꼽힌다. 워크데이, 마이크로소프트 산하 링크드인, SAP 석세스팩터 등 거대 기업들은 물론이고 HR 관련 SaaS를 주특기로 하는 스타트업들도 계속해서 레이스에 뛰어들고 있다.
투자 정보 업체인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월에만 벤처 투자 회사(VC)들은 14억달러 이상을 HR 테크 스타트업들에 쏟아부었다. 이를 감안하면 어떤 HR SaaS 테크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했다는 것 만으로도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낙관적인 점수를 주기는 어렵지 싶다.
그런데 2015년 설립된 글로트(Gloat)라는 스타트업에는 눈길이 좀 간다. 글로트는 기업들이 내부 인재들을 보다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인공지능(AI) 기반 HR 마켓플레이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인데, 투자도 많이 받았고 중량급 회사들도 고객사로 확보하는 등 거센 경쟁 속에서도 나름 입지를 다져가는 모습이다. 글로트는 지난해 매출이 2.5배 성장했고 올해 6월에는 9000만달러 규모 시리즈 D 투자도 유치하며 성장과 사업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글로트는 기업들이 내부 인재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AI 기반 SaaS 플랫폼을 제공한다. 사진: 글로트 웹사이트 갈무리]
외부 채용보다는내부 인재 활용 집중…기업 내부용 링크드인과 유사
HR 테크를 둘러싸고 크고 작은 회사들 간 경쟁에서 글로트가 나름 인상적인 기반을 다진 것은 내부 인재 활용에 집중하는 전략이 먹혀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부 인재 채용의 경우 이미 쓸 만한 툴 들이 많이 나와 있는 반면 기업들이 회사 업무 변화에 맞게 이미 내부에 있는 직원들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솔루션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아 해볼 만 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테크크런치 보도를 보면 업무 변화에 따라 내부 직원들이 자리를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스킬(skills) 및 직책(titles)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글로트는 AI를 앞세워 이와 관련한 도전 과제들을 해결하려는 모습이다.
IBM 솔루션 아키텍트 출신인 벤 레우베니(Ben Reuveni) CEO는 일과 직업, 커리이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 방식은 이제 기업과 직원들 모두에게 걸림돌이 됐다는 입장이다.
변화의 속도는 기업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빠른 민첩성과 적응력을 요구하고 있고 직원들 기대치도 높아진 만큼, 내부 인재들 커리어 관리에 대한 보다 맞춤화된 모델이 필요해졌다는 얘기다.
글로트는 직원들이 자신들 경력 관리를 주도하도록 하면서도 기업에게는 인재와 관련해 보다 현명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 기반 데이터 인텔리전스를 제공한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인 칼칼리스트에 따르면 글로트 플랫폼은 수천 명 이상 직원들을 채용하는 조직들이 직원들 각각에 대한 커리어 패스를 분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글로트 플랫폼을 도입한 조직 구성원들이 자신의 기량, 전문 지식 및 포부를 입력하면 승진 및 경력 개발을 위한 제안을 받는다. 예를 들면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내 임시 프로젝트나 멘토를 찾는 것과 같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조직내 배치를 책임지는 사람들은 추가로 채용하거나 임시 직원들을 채용하는 대신에 빈자리에 적합한 직원들을 내부에서 찾을 수 있도록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직원들이 내부에 있는 다양한 가능성들에 접근할 기회가 커지기 때문에 이직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글로트 시스템은 글로벌 식품 회사인 유니레버, 푸드 및 음료 업체 펩시, 네슬레, 에너지 회사인 슈나이더 일렉트릭, 스토리지 기업 씨게이트, 제약 회사인 노바티스, 금융 서비스 회사 HSBC, 보험 회사 메트라이프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중 유니레버의 경우 글로트 시스템을 단기간에 새 아이스크림을 개발하는 것부터 다양한 위생 제품들을 선보이는 것에 이르기까지 4000개 이상 프로젝트들을 수행하기 위해 사용해왔다.
이들 프로젝트들 중 60%는 다양한 유니레버 사업부서들과 전 세계 지사에 있는 직원들 참여 아래 진행됐다.
[글로트는 자사 AI 기술이 회사 상황과 직원들 역량을 효과적으로 매칭시켜준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 글로트 웹사이트 갈무리]
AI 기반 알고리즘 파워 주목’
클로트 플랫폼에서 핵심은 AI다. 글로트 플랫폼 AI 기술은 전문 프로필, 구인 내용, 직무와 관련한 요구사항들, 경제 및 보상 데이터 등을 활용해 스킬, 역할, 후보자, 회사들에 걸쳐 관계를 매핑한다.
기업 현장에선 같은 직무라고 해도 실제로 하는 일은 회사들마다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같은 직책이라고 해도 하는 일은 회사들마다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회사측에 따르면 글로트 시스템은 이런 뉘앙스를 이해하고 회사들, 지리적 위치, 산업군들에 걸쳐 자동으로 역할들 간 차이를 추론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 직원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고유한 스킬과 관심에 기반해 개인화된 커리어 패스를 선택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글로트 AI 시스템은 직무에 특화된 요구사항들이 계속 진화하고 조직내에서 새로운 역할들이 생기는 것을 고려해 변화를 계속 확인하고 추천을 거기에 맞게 조정하는 역량도 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글로트는 자주 사용하는 스킬들과 자기 발전 계획에 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직원들이 가진 열망도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글로트 AI 시스템은 경영진이 인재 배치를 결정할 때 거기에 필요한 최저의 인적 소스를 제공할 수 있다.
편향적이지 않은 알고리즘은 없다. 글로트 AI라고 해서 편향에서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글로터는 편향을 최소화하는데 적극적이라는 입장이다. 4월에는 편향 탐지 도구도 내놨다.
분산된 근무 환경에서 일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음은 감안하면, 직원들 역량을 회사 변화에 맞게 활용하는 것은 기업들 입장에선 점점더 중요해지는 요소다. 글로트는 이와 관련해 기업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것 같다. AI 기술이 잘 먹혀든다면, 이미 경쟁이 치열한 HR 테크 시장에서 꽤 주목할만한 회사로도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