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IT 살아남기 Vol.2] “Zoom 회의실에도 상석이 있다?” 한국인은 모르는 일본 IT 비즈니스의 ‘은밀한 룰’

한국의 IT 기업 A사 영업팀 김 대리는 야심 차게 준비한 일본 첫 미팅에서 식은땀을 흘려야 했습니다. 기술력은 완벽했고 통역도 문제없었지만, 미팅 시작 5분 만에 분위기가 싸해졌기 때문이죠.

이유는 단 하나, ‘명함’을 테이블 위에 툭 올려놓고 노트북을 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비즈니스는 ‘신뢰(Shinyo, 信用)’라는 보이지 않는 자산을 쌓는 과정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이 ‘예절’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제안서 첫 장을 넘기기도 어렵습니다. 오늘은 한국과는 너무 다른, 일본 IT 비즈니스의 독특한 매너와 숨은 룰을 파헤쳐 봅니다.

명함 교환: 그것은 ‘종이’가 아니라 ‘얼굴’이다

한국에서 명함은 연락처 교환 수단이지만, 일본에서 명함(Meishi)은 **상대방의 ‘얼굴’이자 ‘분신’**입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아랫사람이 먼저, 그리고 낮게”**입니다.

  • 지갑에서 꺼내지 마세요: 명함 지갑(케이스)은 필수입니다. 주머니나 일반 지갑에서 주섬주섬 꺼내는 건 실례입니다.
  • 테이블 너머로 주지 마세요: 반드시 상대방 앞으로 이동해서, 방해물이 없는 상태에서 두 손으로 정중히 건네야 합니다.
  • 명함 받침: 받은 명함은 바로 집어넣지 않습니다. 미팅이 끝날 때까지 테이블 위(자신의 명함 지갑 위)에 올려두고 이름을 외우는 것이 예의입니다.

Tip: 만약 상대방이 여러 명이라면? 가장 직급이 높은 사람의 명함을 명함 지갑 위에 올리고, 나머지는 테이블에 직급 순서대로 나열해 둡니다.

줌(Zoom) 회의실에도 ‘상석’이 존재한다?

코로나 이후 화상 회의가 보편화되었지만, 일본의 서열 문화는 온라인으로도 그대로 옮겨갔습니다.

혹시 줌(Zoom) 기능 중에 ‘참가자 비디오 순서 변경’ 기능이 왜 강화되었는지 아시나요? 농담 같지만, 일본 기업들의 요청이 컸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 상석(Kamiza, 上座): 화면의 맨 윗줄 왼쪽이 가장 높은 상석입니다.
  • 말석(Shimoza, 下座): 아랫사람은 화면의 맨 아랫줄 오른쪽에 위치해야 마음이 편안합니다.

실제로 일본의 일부 IT 기업에서는 화상 회의 입장 순서를 조절하거나, 배경 화면을 통일하여 위계질서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한국인 눈에는 “이렇게까지 해야 해?” 싶지만, 그들에게는 이것이 ‘질서’이자 ‘안정감’입니다.

이메일: 본론만 말하면 ‘무례한 사람’

  • 한국: “안녕하세요, 요청하신 파일 송부드립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첨부파일)”
  • 일본: (이 메일을 받고 숨을 깊게 들이쉽니다)

일본 비즈니스 메일에는 **정해진 공식(카타, 型)**이 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이 문장을 빼먹으면 안 됩니다.

  • “오세와니 낫테 오리마스(항상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첫 인사는 무조건 이것입니다. 처음 보내는 메일이라도 씁니다.
  • 계절 인사: “벚꽃이 만개하는 따스한 봄날입니다만…” 같은 감성적인 문구가 딱딱한 IT 견적서 메일에도 들어갑니다.
  • CC(참조)의 공포: 일본 업무는 **’호렌소(보고/연락/상담)’**가 생명입니다.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인원을 CC에 넣어야 합니다. 갑자기 CC에서 누군가를 뺀다면? “너희끼리 꿍꿍이가 있구나”라고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Editor’s Real Story] 한국 개발자가 겪은 ‘슬랙(Slack)’ 충격

일본 스타트업과 협업하던 때의 이야기 인데요 효율성을 중시하는 슬랙(Slack)이나 팀즈(Teams) 같은 메신저에서도 일본인들은 달랐습니다.

  • 편집자 : “버그 수정 완료했습니다. 확인해 주세요.”
  • 일본 담당자: “개발자님 수고 많으십니다! 바쁘신 와중에 빠르게 대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날씨가 추운데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확인 후 연락 드리겠습니다.”

처음에는 이토록 지나친 정중함이 당황스럽고, 때로는 ‘왜 이렇게까지 할까?’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습니다. 자칫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텍스트의 한계를 **’쿠션 언어(완곡한 표현)’**라는 완충재로 감싸 상대방을 배려하는 그들만의 방식이라는 것을요.

흥미로운 점은 이런 ‘마음’조차 철저히 시스템화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분들이 모두 그러한것은 아니지만 비즈니스 메일이나 메신저에서 상황별로 써야 할 쿠션 언어가 정해져 있고, 심지어 ‘히나가타(雛形)’라고 불리는 정형화된 템플릿을 그대로 복사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진심도 매뉴얼이 되는 나라, 그게 바로 일본이니까요.

왜 이렇게까지 할까? : ‘신용’과 ‘메이와쿠’

이 모든 복잡한 절차의 기저에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 메이와쿠(민폐)를 끼치지 않는다: 정해진 룰을 지키는 것이 상대방을 가장 편하게 하는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 신용(Shinyo) 제일주의: 기술적 스펙보다 중요한 건 “이 사람은 룰을 지키고, 도망가지 않으며, 끝까지 책임질 사람인가?”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한국 기업을 위한 제언

일본 진출을 준비하시나요? 제품의 스펙 시트를 다듬는 것만큼이나 **’비즈니스 매너 교육’**이 중요합니다.

  • 첫 미팅에서는 무조건 정장을 입으세요. (IT 기업이라도 첫 만남은 보수적입니다.)
  • 명함은 넉넉히, 그리고 명함 지갑은 꼭 준비하세요.
  • 이메일 첫 줄은 “Osewa ni narimasu (항상 신세지고 있습니다)”로 시작하세요.

이 사소한 디테일이 당신의 최첨단 기술을 더욱 빛나게 해줄 ‘윤활유’가 되어줄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실수하면 단순히 민망한 것으로 끝나지 않고, 회사의 존폐가 걸릴 수도 있는 **<일본의 보안 문화와 리스크 관리>**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Editor’s Note] 3줄 요약

  • 일본에서 명함은 ‘얼굴’이다. 아랫사람이 먼저, 두 손으로 정중히 건네야 한다.
  • 줌(Zoom) 회의에도 상석이 있다. 온라인에서도 위계질서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 이메일과 메신저에서도 ‘격식’과 ‘쿠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기본이다.

#일본 #비지니스매너 #명함 #메일 #메이와쿠 #Zoom

Written by J브릿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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